"호스피스 요양보호사의 실제 하루를 사실적으로 담은 감성 일기. 기저귀 케어부터 임종 돌봄까지, 말기 환우와 함께한 따뜻한 동행. 3교대 근무의 현실과 의료진 협업까지 함께 담았습니다."
🌅 아침 6시 30분 병실 복도에 불이 들어옵니다.
오늘도 조용히, 천천히, 한 걸음씩 호스피스 병동으로 향합니다.
복도 끝 창문에 새어드는 햇살이, 어쩐지 오늘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문득, 어젯밤 남몰래 눈물 훔치던 보호자 얼굴이 떠오릅니다.
저는 호스피스 요양보호사입니다.
말기 환우분의 하루를 곁에서 함께 지켜보며, 삶의 마지막 길을 동행합니다.
요즘은 병원마다 3교대 근무 체계를 운영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주간·오후·야간으로 나뉘어 근무하며 환우님의 하루 전체를 끊김 없이 돌봅니다.
돌봄의 연속성이 유지되기 위해 인계는 세심하게, 환우 한 분 한 분의 상태까지 모두 공유하며 교대를 진행합니다.
🛏 하루의 시작: 아침 루틴
7시 10분, 첫 번째 방문은 302호 박○○ 환우님.
간호사 선생님과 전날 야간근무자 선생님께 인수인계받은 내용을 토대로 밤새 무탈하셨는지 조심스레 살핍니다.
아침엔 기저귀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교체를 도와드립니다.
살짝 부끄러워하시기도 하지만, 저는 늘 같은 손길로 따뜻하게 케어해 드립니다.
부드러운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머리를 빗겨드린 뒤
영양공급실에서 올라온 식사를 환우님께 전달하고, 식사 도우미로 함께합니다.
수저를 쥐기 어려운 분께는 직접 떠드리며 천천히 씹을 수 있도록 돕고,
말동무가 되어 조용히 식사 시간을 함께합니다.
☕ 오전 활동: 환우와의 소통과 케어
식사 후엔 개인위생을 도와드리고, 필요시 화장실 이동을 함께합니다.
세면대 앞에서 거울을 비추며 “오늘도 예쁘세요”라고 웃어드리면,
잠시 활짝 피는 표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목욕 케어가 있는 날엔 특히 정성을 더합니다.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조심스럽게 몸을 씻겨드리며
“시원하시죠?”라는 말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옛날 생각난다” “이 냄새 좋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대화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고 진솔합니다.
🎨 오전~오후: 프로그램 시간 동행
10시부터는 소규모 또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음악 감상, 미술 활동, 원예, 향기 자극, 아로마 림프 마사지 등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에 함께합니다.
처음엔 참여를 망설이시던 환우님도, 작은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며
웃음 짓는 모습을 보이면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그 짧은 시간이 삶의 질을 조금이나마 높여주는 귀중한 순간임을 알기에,
저는 언제나 손을 꼭 잡고 동행합니다.
🍽 점심 시간: 영양과 투약, 그리고 쉼
점심엔 식욕이 떨어지는 환우님도 계십니다.
죽이나 부드러운 반찬으로 조절하고, 식사 도중엔 자주 물을 권해드립니다.
약 복용은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며,
저는 환우님이 편안히 드실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준비해 드립니다.
식사 후에는 졸음이 오기 마련입니다.
베개를 정돈해 드리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드리며 휴식에 도움을 드립니다.
🌿 오후 활동: 케어와 돌봄의 연속
기저귀 케어는 하루 3~5회 이상 이뤄집니다.
냄새와 수치심을 덜어드리기 위해 말없이 손으로 감싸드리고,
환우님 눈을 보며 "괜찮습니다"라고 말해드립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다시 프로그램실로 이동할 때는 항상 팔을 붙잡고
균형을 도와드리며 넘어지지 않게 지켜드립니다.
가끔은 통증을 호소하시는 환우님께 물리치료사와 연계해
온찜질이나 자세 조정을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 저녁과 야간: 마무리와 24시간 케어
저녁 식사 후엔 하루의 피로가 몰려오는 시간이 됩니다.
가볍게 손 마사지를 해드리고,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말벗이 되어드립니다.
야간에는 10~20분 단위로 병실을 순회하며, 환우님의 상태를 세심히 관찰합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시는 분이 계신지 살피고,
통증이나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우님은 의료진께 즉시 보고합니다.
어떤 날엔 임종을 앞둔 환우님이 계십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질 때 우리는 조용히 손을 잡습니다.
말은 없지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눈빛을 기억합니다.
그 앞에서 우리는 눈물을 삼키고, 조용히 등 뒤에서 보호자를 부릅니다.
가끔은 퇴근 후, 이틀 뒤 출근했을 때 병상 옆 명패가 바뀌어 있는 걸 보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집니다. 그 환우님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은,
늘 조용히 가슴에 남습니다.
🧘♀️ 자기 관리도 돌봄의 일부입니다
환우님을 케어하는 일은 제 마음과 몸도 함께 써야 하는 일이기에,
저는 퇴근 후에도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일기에 적고, 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내일의 다짐을 씁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요양보호사는 간호사와는 또 다른 역할입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의료적 케어를 하신다면, 저희는 환우님의 손을 잡고,
기저귀를 갈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등을 닦아드리며,
정서적 안정을 함께 책임지는 가장 가까운 돌봄의 손길이 됩니다.
👋 마무리하며
말기 환우님의 하루를 지키는 일은 단순한 일상이 아닙니다.
그분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숨 쉬고, 고요하게 인사하며 보내는 일입니다.
환우님의 마지막 표정, 마지막 눈빛, 마지막 숨결까지
그 곁을 지킨다는 것은 아주 소중하고 경건한 일입니다.
저는 오늘도 그 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또 다른 환우님의 손을 잡으며 하루를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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