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빛 없이, 그래도 가장 따뜻한 사랑으로"
🍀 처음으로 호스피스를 만난 순간
2008년 강원도. 한 지인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말기 암환자를 위한 봉사, 같이 가볼래요?"
그렇게 시작된 첫 만남은 춘천에 있는 한 호스피스 기관이었습니다.
발마사지와 목욕 봉사를 위한 봉사자 교육만 받고 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그 시간이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았습니다.
곧 남편의 발령으로 인해 강원도를 떠나 경기도 시흥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호스피스와는 멀어지는 듯 보였지만… 인연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 새오름호스피스에서 진짜 ‘일’이 시작되다
시흥에서 우연히 채용된 직장이 새오름호스피스였습니다.
저는 행정직 ‘사무원’으로 들어갔지만, 그곳에서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 사무원 교육까지 철저하게 받았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이곳에서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자격은 2급이었지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단순한 사무보조가 아니라, 병원 전체의 운영과 봉사, 환우 지원을 뒷받침하는 일이었고, 저는 매일매일 '살아있는 호스피스'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 나는 의료진도, 1급 사회복지사도 아니지만
호스피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명확한 인력 기준이 생겼습니다.
의사,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1급, 성직자, 자원봉사자, 호스피스보조활동인력(요양보호사)…
그 안에 제 이름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매일 그들을 위해 꽃을 꽂고, 명찰을 만들고, 선물을 포장하고, 음악회,바자회를 준비했습니다.
환자의 생일엔 작은 케이크 하나, 환우 가족을 위한 따뜻한 차 한 잔, 사별가족의 첫 방문엔 조심스러운 인사 한 마디.
아무도 모르게, 뒤에서 움직였지만, 그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앞서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회고하며, 그리고 다시
어느 여름날, 조직 내에서 제가 옳다고 생각한 목소리를 냈고, 그로 인해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굿피플호스피스의 한 원장님의 부름을 받아 다시 호스피스의 총무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한 번, 저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따뜻한 돌봄을 실천했습니다.
그러나 재정은 어려웠고, 결국 굿피플호스피스는 폐업이라는 현실 앞에 문을 닫았습니다.
저와 함께하던 팀원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고, 환자분들은 모두 따뜻하게 떠나보냈습니다.
🕊️ 지금, 나는 여전히 호스피스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암으로 떠나보낸 후, 저는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금 이렇게 블로그라는 작은 창을 통해 다시 호스피스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호스피스를 합니다.
사람을 기억하고, 슬픔을 나누고, 돌봄의 의미를 글로 전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제 호스피스입니다.
💬 마무리 한마디
저는 의료진도 아니고, 자격 있는 전문가도 아니지만
이름 없이, 빛 없이, 조용히 호스피스를 이어가는 사람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새오름호스피스에서의 실제 경험과, 봉사자 교육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저의 이야기가, 어딘가의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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