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잊혀진 자리라 부르지만, 나는 그곳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배웠습니다."
🏥 처음 출근한 날, 조금은 낯선 풍경
새오름호스피스에 '사무원'으로 출근한 첫날. 복도에서 만난 봉사자와 의료진, 그리고 조용한 병상 앞 환자들. 단순한 사무직이지만 이곳은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는 걸 하루 만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곳엔 생명을 대하는 경건함과, 말없이 흘러가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 내가 했던 일들 – 보이지 않는 손
- 전화받기, 물품 발주, 명찰 만들기, 복사와 출력
- 봉사자 명단 정리, 출석표 정리, 식단 인쇄
- 입퇴원 기록 정리, 청구자료 준비
표면적으로는 사무업무지만, 그 모든 일의 끝엔 늘 **“환우와 가족”**이 있었습니다. 제가 정리한 명찰 하나에도, 제가 접수한 전화 한 통에도, 그 사람들의 이름과 사연이 담겨 있었습니다.
🧑🏫 봉사자 교육 – 뒤에서 지켜보는 감동
처음에는 강의안을 복사하고, 자리 정리를 하고, 간식 준비를 하던 사람이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교육 내용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맺혔습니다.
“이분들이 자발적으로 말기 암환자 곁에 선다는 것, 그 자체가 감사였습니다.”
봉사자 수첩을 만들고, 교육 수료증을 정리하면서 저는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가장 먼저 느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 환우와 가족을 위한 작은 기획자
- 생신잔치 준비 : 케이크, 풍선, 메시지카드
- 가족 사진 촬영 및 인화, 액자 만들기
- 추석/설날 소품 패키지 준비
- 음악회 및 바자회 뒷정리
저는 직접 환우 손을 잡아드릴 수 없었지만, 그분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준비하고 정리하며, 돌봄의 공간을 만드는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 누군가에겐 ‘보조’, 나에게는 ‘중심’
사무원이었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호스피스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자격은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환우 곁에 있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저를 바꾸었습니다.
돌봄을 이해하게 했고, 말없이도 위로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했습니다.
“호스피스는 결국, 누가 가장 조용히 사랑했느냐의 이야기였으니까요.”
다음 회에서는 굿피플호스피스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여전히 이름 없이 조용히 있었던 한 사람의 기록, 당신께도 작은 따뜻함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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