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죄송하지만, 늘 감사하고, 끝내 사랑입니다.”
🕯️ 호스피스 병동에서 엄마를 모시며
어머니는 제가 근무하던 굿피플호스피스 병동에
약 두 달 동안 계셨습니다.
그곳은 제가 수많은 환우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투병을
딸로서, 가족으로서 지켜보아야 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임종은 굿피플호스피스가 폐업한 이후,
다른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었지만,
굿피플에서 함께한 시간은 저희 가족에게 마지막처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 생신날, 잠시 환자가 아닌 ‘엄마’로
어머니의 생신날,
우리는 병동에서 작은 잔치를 열었습니다.
강현O 원장님을 비롯한 직원분들이 함께 준비해주셨고,
케이크를 자르며 어머니는 아주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생일날 이런 거… 처음 해 본다.”
그 말에 제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동안 엄마는,
누군가에게 축하받는 것보다
자식 챙기기에 바쁘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날만큼은
“여기 우리 집 같다.”
그런 말씀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웃음이 마지막 생일 웃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 임종을 지킨 언니의 이야기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
저희 언니 혼자 임종을 지켰습니다.
언니는 “동생들 걱정하지 말라”며
1회용 비닐에 물을 담고 작은 구멍을 내어
한 방울씩, 마지막 물을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그때 어머님이 평소 즐겨 부르시던 찬송가,
🎵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언니는 그 찬송을 눈물로 불러드렸고,
어머니는 그 노래 속에서
고요히, 평안하게 떠나셨습니다.
그 찬양은 어머니의 삶 전체의 신앙고백이었습니다.
고단함과 인내, 그리고 사랑의 힘이 담긴 한 소절 한 소절이었습니다.
🌾 농사와 희생으로 살아오신 어머니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멋도 모르고 시집오셔서
험한 인생길을 자식들만 바라보며 걸어오신 분이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찬바람 몰아치던 새벽에도,
당신의 허리 통증과 손등의 굳은살보다
“우리 애들 밥은 꼭 챙겨야지” 하며 견뎌내셨던 분.
손이 시려도
자식 손이 더 차갑지 않을까 걱정하셨고,
배가 고파도
자식이 배고플까 마음 졸이시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 믿음으로 견디신 삶
어머님의 삶을 지탱해 준 유일한 위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돈보다 정직을,
풍요보다 기도를,
원망보다 감사를 가르쳐 주셨던 분.
“가난해도 바르게 살아라.”
그 말은 제게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고,
지금도 제 마음에 뿌리내린 가르침입니다.
🌷 엄마, 고생 많으셨어요
엄마,
회 좋아하셨는데,
한 번도 제대로 실컷 사드리지 못해서
지금도 마음이 아려요.
멀리 시집가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도
엄마가 혼자 감당하신 시간들을 떠올리면
늘 죄송한 마음이 남습니다.
하지만 엄마,
제가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건 엄마가 저를 그렇게 가르쳐주셨기 때문이에요.
엄마는
저희에게 세상의 사랑을 보여주신 분이고,
믿음과 정직을 몸소 살아내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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